[성산칼럼] 인간을 잊은 교육… AI 시대, 다시 루소를 묻다- 이상빈(국립창원대 경영대학원 창업학과 주임교수)

현대 사회의 교육 담론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기술’이라는 든든한 구원투수 덕분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교육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신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질문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더 잘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더 잘 계산하고 있는가?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그를 장인으로 만들기 전에 먼저 인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로 교육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이 순서를 뒤집고 있다. 먼저 기능을 만들고, 그제야 인간을 기대한다. 기능은 곧 능력이다. 인간의 가치 역시 그가 지닌 기능으로 정해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기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기술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지 못한다. 오늘날 AI 중심 교육이 방향을 잃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 역시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분명 AI는 효율적이다. 학생의 수준을 분석하고, 맞춤형 문제를 제공하며, 학습 경로를 설계한다. 일명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문제는 이 수단이 목적을 대체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육이 점점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로 변질되고 있다. 겉으로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폭넓게 제공한다고 하지만, 일련의 단계적 절차에 따라 길을 만들고 학생은 그 길을 따른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AI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밀하게 관리할 뿐이다. 자유의 외형을 가진 통제일 뿐이다.
현대 교육의 이 같은 현상을 루소의 언어로 표현하면, 우리에게 부여된 인간 원초의 ‘자애심’과 사람에 대한 연민보다, 문명사회의 인간의 ‘이기심’이 은연중에 강조되는 교육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 같은 교육은 타인의 평가와 비교로 움직이는 인간, 외부의 기준에 종속된 인간을 키워낸다. AI 기반 교육은 이 경향을 더욱 정교하게 강화한다. 점수, 순위, 성취 데이터는 끊임없이 비교를 생산하고, 인간은 타인의 기준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며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 간다. 인간은 단순한 정보 처리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란 도덕적 판단을 하고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는 존재다. 그러나 AI 교육은 인간을 점점 ‘예측 가능한 존재’로 환원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간 이해의 축소는 우정이나 선의와 같은 도덕적 가치 대신, 타인과 함께 하고 싶으면서도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모순된 존재를 길러내게 된다.
교육에서 인간 본질에 관한 이해가 축소되고, 심지어 제외되는 현시점에서 루소가 말한 ‘소극적 교육’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교육자는 개입을 줄이고, 인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성장에 개입하기보다 성장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신, 최고만을 외치는 기술의 힘을 등에 업은 채 ‘교육의 혁신’을 외치고 있는 지금, 우리의 교육은 끊임없이 개입하고, 즉각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즉각적인 피드백, 실시간 평가, 끊임없는 개입이 학생을 둘러싸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기다림을 잃은 교육은 결국 성숙을 읽기 마련이다.
교육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에 달려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AI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방향이다. 기술은 도구여야 하며, 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이 순서를 뒤집는다면, 교육은 더 이상 인간을 키워낼 수 없다. 단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뿐이다. AI 시대, ‘인간’이 지워지는 교육의 현장에서 루소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키워내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은 무엇인가? 더 우수한 기계인가, 아니면 더 진실된 인간인가? 이 질문을 외면한다면 AI는 성장할지언정, 다만 교육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상빈(국립창원대 경영대학원 창업학과 주임교수)
출처: 경남신문 [성산칼럼] 인간을 잊은 교육… AI 시대, 다시 루소를 묻다- 이상빈(국립창원대 경영대학원 창업학과 주임교수) :: 경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