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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업적 공존과 국가 이기주의/ 이상빈교수님/ 2026.07.01
게시자 이** 등록일 2026. 7. 31 09:42


[성산칼럼] 상업적 공존과 국가 이기주의- 이상빈(국립창원대 기술경영공학과 학과장)




  • 아담 스미스의 1776년 〈국부론〉은 흔히 ‘보이지 않는 손’과 효율적인 시장 경제의 성경처럼 읽힌다. 혼트와 이그나티에프는 이 고전적 텍스트를 18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자연법 전통이라는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낼 것을 제안한다. 즉 근대 이전의 자연법 전통에선 극심한 기근 상황에서 굶주리는 이들이 타인의 빵을 취하는 것을 ‘권리’로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해 왔다. 이를 ‘필요의 권리’라고 한다. 이들의 논점을 종합하면, 스미스의 경제적 사유의 중심엔 “상업 사회가 어떻게 가장 가난한 구성원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재산권의 보호라는 ‘정의’를 수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스미스가 제시한 해법은 혁명적이었다. 그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부자의 자선이나 국가의 강제적인 재분배에 의존하는 대신, ‘성장하는 상업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분업과 시장 확대를 통해 국부가 증진되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임금이 상승한다. 스미스에게 있어 높은 임금은 단순히 경제적 변수가 아니라, 빈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스스로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정의 실현의 도구였다. 다시 말해, 스미스에게 상업 사회는 단순히 부를 쌓는 수단이 아니라, 빈자가 자선에 구걸하지 않고 당당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정의의 토대’였다는 점이다. 이런 원리를 통해 시장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빈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가장 도덕적인 기제가 된다.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상업 사회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이전의 봉건제나 다른 체제보다 ‘빈곤한 다수’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훨씬 탁월했기 때문에 이를 지지했다. 원래 스미스에게 시장은 취약계층의 필요를 채워주는 정의로운 기제였다. 나아가 스미스는 상업 사회의 어두운 이면, 즉 ‘경제적 민족주의’와 ‘국가 간 경쟁’이 어떻게 전쟁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알다시피 상업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평화로운 행위여야 하지만, 국가가 개입하는 순간 무역은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된다. 경제적 경쟁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국가는 정치적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동원하고 이는 곧 무역 갈등을 넘어선 실제적 충돌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21세기의 국가들이 경제적 부를 국민 복지가 아닌 타국을 압도하기 위한 무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이나 시장의 규칙도 무시할 수 있다는 ‘국가의 이성’이 시장의 논리를 압도할 때 발생하는 비극은 현재의 미·중 무역 갈등에서 잘 드러난다. 상업은 인간을 빈곤에서 해방할 잠재력을 가졌지만, 그것이 국가 권력의 상대적 우월감과 결합할 때 시장은 가장 잔인한 전쟁터가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담 스미스가 제창했던 정의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가 강조한 정의에는 단순히 국내 빈곤층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여기엔 국가 간의 ‘무역의 질투’를 억제하고 공동 번영을 인정하는 국제적 도덕성이 포함돼 있다. 즉 국가 간의 자유무역과 자율적인 시장 경제는 물질적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동력이지만, 동시에 국가 간 호혜적 협력이 지니는 ‘도덕성’ 또한 결코 빠질 수 없는 발전의 원동력임을 알 수 있다.


    이제 경제적 번영이 더 이상 국가 간의 권력을 측정하는 척도나 첨단 기술 패권 전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쟁은 피할 수 없으나, 그 출발점은 다시 ‘인류 공통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상업 본연의 목적이 돼야 한다. 상업이 국가 간 권력 다툼의 도구가 아닌,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호혜적 협력의 장이 될 때, 우리는 갈등과 전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상빈(국립창원대 기술경영공학과 학과장)



출처: 경남신문 [성산칼럼] 상업적 공존과 국가 이기주의- 이상빈(국립창원대 기술경영공학과 학과장) :: 경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