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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게시자 장** 등록일 2026. 6. 5 17:19


구성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국립창원대학교 구성원 여러분께


 존경하는 교수님과 마음 따뜻한 직원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뿐만 아니라 저의 시작이자 끝이 될 10만 국립창원대학교 동문 여러분께 이 글을 올립니다.


 6월3일 지방선거도 끝이 나고, 지자체장들의 연임과 신임을 떠나 새로운 출발은 어디를 막론하고 지역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국립창원대학교도 제2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만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슬기롭고 담대하게 이겨내고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 고등교육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리하기 힘들어 설마 읽어 보지 못한 서랍 속 청구서들처럼, 그 누구 하나 그 문서를 꺼내어 읽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서랍 속, 제1번 청구서 — 학령인구 감소


 학령인구 감소는 예측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입니다. 곧 20세 이하 인구가 대한민국 인구의 10분의 1 이하로 내려갑니다. 2019년 1차 위기를 시작으로 국립창원대학교도 초유의 미달 사태를 맞이하였고, 지난해부터 미달 사태에 대한 위기는 슬기롭게 극복하고 좋은 입시 결과를 나타내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2030년이면 2차 위기가 올 것이며, 그때 또 한 번 미달을 막아야 합니다. 그 작업은 자연스럽게 부·울·경 대학들의 서열화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대학 운영의 핵심 중의 핵심(2028년과 2029년 입시 준비)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 모든 위기를 극복한다고 하여도, 3차 위기인 2034년이면 물리적으로 미달을 막아 내기에는 학령인구 숫자가 너무도 적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 매년 16%씩 학령인구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 숫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서랍 속, 제 2번 청구서 — 인공지능의 융단폭격


 학문 분야를 넘어선 대공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문·사회계만 위기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모든 학문 분야에 걸친 위기이고 대전환의 서막입니다. ChatGPT의 성능이 2년 전보다 100만 배 이상 개선되었다고 하면 믿어지십니까? 인터넷이 8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13년이 걸렸는데, 인공지능 전체도 아닌 ChatGPT 서비스 플랫폼 하나가 8억 명을 2년 반 만에 모았습니다. 15년 동일 분야 인간 전문가를 이제 Claude가 그 전문성으로 넘어서고 있습니다. 경기 상승과 구인 요구 간의 동조화 그래프도 이제 붕괴되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에도 인공지능이 관여하고, 심지어 인공지능이 채용 전체를 통제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지식을 창출하고 공급하는 교수의 권위가 인공지능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너무도 참담한 심정입니다.


 몇 년 내에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이 대중화된다고 합니다. 물어볼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는 세상이 됩니다. 사고가 사라진 인간의 뇌가 과연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지, 아니면 퇴화할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학문 분야를 넘어서 인공지능과 함께할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없는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와 동반하여 퇴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특정 학문은 유리하고 특정 학문은 불리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서랍 속, 두 장의 청구서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납부를 해야 합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한 번도 납부 방식에 대한 결정을 내린 적이 없고, 공식적 문서화를 진행한 적도 없습니다. 이런 게 있고 저런 게 있다만 이야기했었습니다. 섣부른 속단보다는 성숙한 신중함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납부 방식은 네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으로 어려움을 돌파하는 것


 교육과정의 대대적인 개편과 학사조직의 재구조화,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형 인재 양성을 통한 졸업생들의 취업의 질 향상 및 지역사회와 대학의 선순환 구조 실현입니다. 지난 2년간 이 작업을 수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과 오해도 있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다소나마 지표는 상승하였고, 아마 그 결과가 올해 11월쯤 QS 랭킹(한 번도 대학 차원에서 관리한 적이 없었음)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부의 앵커(구RISE)사업, 글로컬대학 사업과 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역의 산업구조 변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 지역에 취업시키고, 취업자가 지역에 정주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런 정부 재정지원 사업만 열심히 쫓아다니다 보니 정부 지원 사업의 대행자로만 자리 잡게 되었고,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교육부의 대학 지원 기본 예산으로는 구성원 월급 충당하기에도 빠듯하고, 18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는 상승하는 각종 대학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중앙부처에 올라가서 재정지원 사업 확보를 통한 운영 자금 마련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으로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산 확보가 중요합니다. 지난 2년의 여정이 그 험난한 과정을 고스란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주변 국립대학들과의 통합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드는 것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가 프로젝트로 인해 주변 국립대학들은 연간 1,000억 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물론 이것도 특정 학문 분야에 한정되고, 통합으로 인한 캠퍼스 간 내부 갈등의 심화, 캠퍼스 출신별 직원 승진 문제 등 아직도 풀리지 못한 고질적 통합 통증은 타 대학에도 멍으로 남아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납부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동의한다면 당연히 추진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구 상주대, 구 밀양대, 구 여수대, 구 강릉원주대 등의 사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시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국립창원대학교는 오래전 경상국립대, 밀양대, 부산대학교와 각각 통합 추진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통합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본부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서 시작된 흡수 통합이냐, 대등 통합이냐의 감정적 문제였습니다. 감정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동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명분과 시급성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산대와 금오공대의 신임 총장은 전북대 및 경북대와의 통합을 제1공약으로 내걸고 최근 당선된 분들입니다.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세 번째, 대학 구조의 체질적 변화 — 특별법 국립대학으로의 전환


 구성원 여러분이 가장 우려하시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특별법 국립대학은 전국에 7개 대학이 있습니다. 교육부 소속의 서울대와 인천대, 과학기술부 소속의KAIST·GIST·DGIST·UNIST, 그리고 기후에너지부 소속의 에너지공대(한전공대)입니다. 특별법 국립대학으로의 체질적 변화를 통해 안정적 재정 지원(기획예산처와 직접 협상을 통한 예산 확보)을 보장받고 싶다 해도, 교육부·과기부·기후에너지부와 같은 정부 부처가 받아주느냐 안 받아주느냐의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동의도 필수적입니다. 이것 또한 구성원들의 동의 과정은 당연히 필수입니다.


 네 번째,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거나, 위 세 가지를 병합하는 방식


 구성원들의 선택이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모든 방식을 다 열어 놓고 논의하자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충분히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두 장의 청구서를 이겨낼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역습과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 시기 등을 고려한다면, 2030년 이후에 이 고민을 하면 되지, 왜 지금 하는가?" 저는 이렇게 답변 드리고 싶습니다.


 "상승 곡선에서의 변화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만, 하강 곡선에서의 선택은 모든 조건이 불리해지고,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국립창원대학교는 1969년 개교 이래 수많은 위기가 있었고, 1991년 종합대학교 승격, 1994년 국책공과대학 지정, 2024년 글로컬대학 선정, 2027년 LG전자 연구소 준공 예정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고 이겨내어 지역 명문 국립대학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 왔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역대 최대 국비 지원과 빛나는 입시 결과라는 수식어에만 만족하지 말고, 다가올 위기를 어떻게 잘 준비하고 이겨낼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다섯 가지 기본 방침을 말씀드립니다.


 첫째, 천천히 가겠습니다.


 하루 수천 대, 많게는 5,000대였던 단순 통과 차량이 이제 200대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학교가 보다 더 걷기 좋은 곳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2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무엇 하나 시간이 필요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천천히, 그리고 함께 가겠습니다.


 둘째,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최근 학교 발전을 위해 진행된 여러 연구 용역, 정책 연구, 자문, 대외 협의 등의 자료를 모두 공개(단, 타 기관 및 개인의 정보 보호 요청 자료는 제외)하여 구성원들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 보고 판단하고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셋째, 모든 대안을 열어 놓고 객관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납부 방식으로 표현된 형태로, 어느 특정 대응 방안을 한정하지 않고 현행 국립대 체제에서 가능한 발전 전략, 재정지원 확대, 특성화 정책 등 여러 대안에 대하여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검토하며, 구성원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함께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구성원의 의견 수렴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지표가 됩니다.


 각 구성원 단체별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같은 구성원 단체라 하여도 또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이 소외됨이 없도록 촘촘하게 의견이 반영되는 결론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목소리가 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다섯째,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깊이 있는 숙의의 과정을 거치겠습니다.


 구성원 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적절하게 구성하여 운영할 때는 각각 최소 3회 이상의 설명회, 설문 조사, 숙의 토론을 거치면서 수십 회 이상의 회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필요 시 총장이 직접 토론회에 참여하여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긴 호흡의 시간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최종안을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은 구성원 단체라도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다른 구성원 단체라도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나친 주장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몇 달 이상의 긴 숙의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서로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논의할 수 있는 성숙한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2004년 3월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당시 국회에서는 불법 선거 운동, 측근 비리, 부정부패, 국정 혼란과 경제 파탄 등을 탄핵 사유로 제시하였으나,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탄핵은 인용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노무현, 박정희, 김대중 순이었습니다. 국립창원대학교도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나면, 무엇 때문에 이 혼란이 있었는지조차 희미해질 것이며, 시간이 지나 지역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구성원 여러분, 누군가는 저를 보면서 참 안쓰럽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앞으로만 가려 하고, 이제 조금 속도를 줄여도 되고 자신을 돌봐도 되는데 왜 저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해 걱정이 되어 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훈장과도 같은 격려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결코 안쓰럽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국립창원대학교라는 일곱 글자의 교명을 끝까지 지켜내고 지속 발전 가능한 대학을 만들 방안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가는 긴 여정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어려운 미래에 총장으로서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힘든 선택입니다. 조직의 리더로서 여러분이 스스로 여러분의 미래를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여건과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창원대학교를 함께 지켜주시는 모든 구성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 어려운 시간을 반드시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2026년6월5일

국립창원대학교 총장 박민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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