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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의 '문득, 인권'] 내 아이는 존엄한 한 명의 인간입니다
게시자 이장희 등록일 2023. 5. 17 21:26

[안은정의 '문득, 인권'] 내 아이는 존엄한 한 명의 인간입니다


"발달 장애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땐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자녀를 업고 안고, 전국의 재활시설과 병원에 다녔습니다. 장애는 치료하고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시설사회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는 없고, 부모는 힘이 없고, 국가는 무책임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내 아이는 존엄한 한 명의 인간입니다. 내 아이를 비롯한 장애인의 존엄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탈시설을 지지합니다."

경기도청 앞에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의 이야기가 울려 퍼졌다. 울먹임 가득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녀가 거쳐왔을 수많은 시간을 헤아릴 수 없어서, 그리고 거리에서 외치는 그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미안한 마음에서였다. 장애인들을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국가. 비장애인, 건강한 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장애인도 존엄한 인간이라는 외침은 늘 장애인과 가족들의 몫이었다. 장애인들을 배제하는 세상의 벽은 견고했다. 


탈 시설 조례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존중 받고
인간으로서 '권리 필요' 목소리


최근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이 발의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 입법 예고 찬반 논쟁에서도 확인된다. 조례는 시설 입소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탈시설에 관한 경기도지사의 책무,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계획 수립, 활동지원 서비스 추가 제공 등 예산 편성과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긴 시간 시설에서 지내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만, 조례가 입법 예고되자마자 댓글이 5천개가 넘게 달리며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시설 밖으로 나왔을 시의 돌봄 공백, 자립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례에는 시설 강제 퇴소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조례가 제정되면 장애인을 지역사회에 혼자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장애인, 건강한 몸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 기준에서 어긋나는 존재들은 목소리를 존중받지 못해왔다. 세상은 위험하기에,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작동되어 온 것이다. 시설 밖의 삶은 위태로운 곳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들을 시설로, 사회로부터 격리 시켜 온 것은 늘 수동적 존재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서의 규정과 비장애인, 건강한 몸을 중심으로 설계된 우리 사회 시스템이었다. 탈시설 조례는 그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함께 살기 위해 가능한 조건을 만들고, 조례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지역사회의 문제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하고, 위태로운 상태로서의 자립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조건과 토대를 만들고 계획을 수립하자는 의미이다. 무조건적 탈시설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예산, 지원체계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더불어 살기위해 꼭 제정되길


전국 1천539개의 시설 중 20% 정도가 경기도에서 위치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수 역시 전국에서 제일 많다. 그 수만큼 세상에 가로막힌 삶들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구획된 세상 속에서 그 반대를 상상할 수 없는 우리가 보지 못할 뿐. 탈시설을 한 장애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힘들어도, 행복해도 내 삶이다. 지역사회에도 차별이 있지만, 차별은 감당하는 게 아니라 맞서 싸우는 것, 탈시설 조례가 꼭 제정돼, 경기도 장애인들이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시설 조례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을 받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권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차별을 보이지 않게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며, 차별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장애인들의 목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탈시설 조례는 지역사회 모두에게 필요한 목소리이다. 돌봄과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진 지역사회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두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지역사회를 위해 탈시설 조례가 꼭 제정되길 바란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